번역총서  


자유해 : 바다에서의 항해의 자유 또는 네덜란드인들의 동인도 교역에 참여할 권리


이 책의 번역은 단순히 <바다인문학: 문제해결형 인문학> 아젠다 연구수행이라는 범주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주지하듯이, 휴고 그로티우스의 󰡔자유해󰡕는 근대 세계 전체 틀을 구축하는 역할을 한 핵심적 고전 중 하나이며, 많은 연구자들이 번역을 시도했지만 완전한 번역본은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아젠다 연구수행과 상관 없이 이 책의 번역은 우리나라 학문 수준의 한 단계 성장을 표현한다고 보인다. 책을 번역하기 위해 역자들은 1633년의 라틴어 판본과 1916년의 영문판을 주대본으로 삼고, 2021년에 나온 일본어판을 보조 대본으로 삼아 번역의 질을 높이고 전체적 의미 전달을 명확히 하고자 애썼다. 책의 내용은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대양 진출을 선도한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폐쇄적인’ 바다 관념에 대항해 “바다에서의 항해의 자유”와 ‘네덜란드인들의 교역의 자유’를 당대 최고의 법학자인 휴고 그로티우스가 논리적⋅이성적으로 옹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1장의 제목이 바로 “모든 사람은 만민법에 의해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다”고 못 박고 있고, 7장까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법이론적 옹호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8장에는 “모든 사람들 사이의 상거래는 만민법에 의해 허용된다”라는 제목을 붙여 동아시아 해역을 비롯한 모든 바다에서 모든 사람의 자유로운 무역을 옹호한다. 이후 13장까지 이에 대한 꼼꼼한 논리적 옹호를 제시한다. 거기에 부록으로 당시 스페인 왕 펠리페 3세가 자신들의 특권을 옹호하며 보낸 편지 2편을 실어 자기 논리와 대비시키고 있다. 여기까지가 원래 󰡔자유해󰡕의 내용인데, 이것만 있다면 사실 그로티우스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수많은 관련 사실과 전후 맥락을 명확히 할 때에야 그로티우스의 전체 글이 가진 의미와 관념이 분명하게 전달되고, 이를 통해 이 책이 근대 세계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역자 두 사람은 각각 이 책 자체의 역사적 전후 맥락을 정리하고, 이 책이 주로 다루는 ‘동인도’, 즉 동아시아 해역세계의 공간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제공하는 보론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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